벽을 지우고 기둥을 세운다는 것...
- 홍성범 (pH7 Architects 대표 건축가)

- 8월 28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1일

노후 주택을 사무실로 바꾸기 위한 구조 / 공간의 변화
안녕하세요. pH7 Architects(피에이치세븐 아키텍츠)의 대표 건축가 홍성범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덕우 PCI 사옥 리노베이션은 단순한 주택 리모델링이 아니라, 노후 주택을 사무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와 공간의 재해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택에서 사무실로, 공간의 쓰임을 전환 한다는 것...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는 공간의 쓰임새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것 인가였습니다. 덕우 PCI 사옥으로 변신하기 전, 이 건물은 1980년대에 지어진 벽돌 주택으로 내부가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었죠.
하지만 사무실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좁은 방들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해법은 오픈플랜(Open Plan) 설계 방식. 즉, 기존 벽체를 철거하고 유연한 공간 구성을 통해 다양한 업무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열린 평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야 사무실을 위한 공간으로써 FLEXIBILITY를 확보할 수 있었죠.
오픈플랜 : 벽으로 공간을 구획하지 않고 가구 배치로 자유롭게 기능을 설정하는 설계 방식.사무공간에서 협업과 소통을 강화하는 데 유리한 공간 구조입니다.

벽을 허물기 위한 전제 조건, 구조보강
그러나 공간을 열기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습니다.1980년대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적벽(벽돌벽)은 단순한 칸막이가 아니라 건물의 하중을 직접 지탱하는 구조벽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수평하중에 취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특히 지진과 같은 외력에 거의 저항하지 못한다는 점이 구조 안전성에 큰 제약으로 작용했죠.
또한 현행 건축법상, 주택을 사무실(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할 경우 내진 설계가 필수 요건으로 포함됩니다.따라서 기존 벽체 철거뿐 아니라,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 구조 보강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덕우 PCI 프로젝트에서는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철골 기둥과 보(Steel Column & Beam)를 새롭게 삽입했습니다.이를 통해 기존 벽체가 맡고 있던 하중을 철골 구조로 분산시켜 안정성을 확보했죠. 이 보강 작업은 단순히 벽을 허무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법적 내진 기준 충족 → 구조적 안전성 확보 → 사무공간 전환 가능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핵심 설계 전략이었습니다. 즉, ‘벽을 허물고 기둥을 세운다’는 선택은 공간의 개방성과 구조 안정성을 동시에 성취하는 과정이었던 겁니다.


구조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디자인...
일반적인 리모델링에서는 철골 구조를 마감재로 감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pH7 Architects는 구조를 디자인의 언어로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철골 기둥에는 버건디 컬러, 보에는 그린 컬러를 도장해 페인트 기업인 덕우 PCI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간 속에 녹였습니다. 구조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공간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가 브랜드의 얼굴이 되도록 했습니다.


오픈플랜,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다
벽을 허물고 철골 기둥과 보를 세운 뒤, 덕우 PCI 사옥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좁고 분절된 방들이 사라지고, 기둥과 보가 공간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했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변형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벽이 사라졌지만, 기둥과 보가 만들어낸 리듬이 공간에 자연스러운 위계를 형성했습니다.
덕우 PCI 노후주택 리모델링에서의 오픈플랜은 단순한 벽 철거를 의미하지 않았습니다.구조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 공간의 쓰임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었죠.

구조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이 프로젝트는 주택을 사무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구조부터 디자인을 다시 정의한 사례입니다. 단순히 평면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법적 요건과 구조 안전성,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동시에 고려한 설계 전략이 필요했죠.
저희는 덕우 PCI 사옥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의 쓰임이 변할 때, 구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