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 골강판으로 은은하게 감싸진 어느 노후 주택의 낡은 천장
- 홍성범 (pH7 Architects 대표 건축가)

- 9월 1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1일

빛, 재료, 낡은 구조를 겹쳐 만든 덕우 PCI 사옥의 공간감
노후 주택 리모델링에서 천장은 항상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얽힌 배관, 얼룩진 콘크리트, 노출된 철근… 대부분의 경우 이런 요소들은 마감재로 덮어 숨기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식을 택하죠.
그러나 덕우 PCI 사옥 노후주택 리모델링에서 우리(pH7 Architects)는 기존의 낡은 천장을 덮는 대신 은은하게 비추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기존 구조물을 완전히 감추지 않고, 오히려 은은히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빛과 재료, 오래된 장소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감추는 대신, 은은하게 드러낸 노후주택의 천장
덕우 PCI 사옥 리모델링에서 저희는 기존 콘크리트 천장을 그대로 두되, 반투명 골강판-렉산(Translucent Corrugated Polycarbonate Panel)을 활용해 은은하게 감싸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반투명 골강판은 일반적으로 외부 지붕재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재료지만, 내부 마감재로 좀 색다르게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빛을 부드럽게 확산시키고, 기존 구조물의 낡은 텍스쳐가 은은하게 비치도록 디자인해 공간 전체에 건축이 갖는 시간적 깊이를 유지할 수 있었죠.
내부 천장 반투명 골강판 시공 모습 / 기존 목재 거푸집 흔적과 노후가 심해 단순 노출이 힘들었던 기존 천장
반투명 재료가 만드는 오묘한 공간감
기존 노후 주택의 천장은 목재 거푸집의 흔적, 노후한 얼룩, 전기선과 배관 등이 뒤엉킨 복잡한 상태였는데, 이를 모두 감추는 대신, 우리 (pH7 Architects)는 재료의 물성을 활용해 낡은 공간에 새로운 옷을 입히고 싶었습니다.
낡은 콘크리트 질감 → 건축물의 시간성 / 장소성의 은은한 노출
빛 → 반투명 골강판을 통해 부드럽게 확산
거기에 더해 간접조명이 골강판과 철골 구조 레이어 사이로 비춰지며, 공간은 더욱 깊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찬장을 은은하게 가리기 위한 반투명 골강판 재료 테스트
반투명 천장과 같은 언어가 입혀진 노후 주택의 지붕 디자인
기존 지붕은 낡고 무거운 아스팔트 싱글이라 집 전체가 어둡고 답답해 보였습니다. 저희(pH7 architects)는 이 무게감을 덜고 지붕에 밝은 리듬을 주기 위해 화이트 아연도 골강판을 적용했죠.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속 로봇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이 주택에 금속 지붕을 더하니, 마치 얇고 단단한 갑옷을 입힌 듯한 인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실내(천장)와 외부(지붕) 모두 같은 골강판이라는 재료를 사용했지만, 외부는 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금속재로, 실내는 빛을 부드럽게 투과시키는 반투명 골강판으로 변화를 주었다는 점입니다. 같은 형태의 재료이지만 물성을 달리하여 내·외부에서 전혀 다른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 이러한 방식은 재료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에 깊이와 풍부함을 더하는 중요한 디자인 언어가 되었죠.

노후주택 리모델링 - 가장 얇은 재료가 만든 가장 깊은 공간
반투명 골강판은 단순히 공간을 덮기 위한 마감재가 아니었습니다. 기존 구조와 조명, 재료, 그리고 시간의 층위를 연결하는 중요한 건축적 장치였죠. 이 얇은 한 겹의 레이어가 있었기에, 빛과 구조,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공간은 이전과 전혀 다른 감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공간을 감추는 대신, 그 위에 빛과 재료를 겹쳐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는 일... 기존 공간의 본질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빛과 재료를 통해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일... 이것이 저희(pH7 Architects)가 생각하는 리모델링의 가중 중요한 의미였습니다.

얇은 반투명 골강판으로 인한 공간감의 변화 (1층 페인트 샵)



























